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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치악산 산행기

photo ghgh 2010. 1. 27. 00:24

 

 

나홀로 치악산 일출 산행기...

 

 

2010년 1월 24일 일요일

전날 준비한 배낭을 메고 대문을 나선다

전날 일찍부터 갈만한 친구들에게 전화해 봤으나

모두들 바쁜일이 있어 함께하지 못한단다.....

 

할수없이 나홀로 차를 몰고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입석사로 향한다....

 

오가는 차 없는 한적한 원주 시내를 지나

아무생각 없이 나에 애마는

치악산 산행 입구인 입석사로 향한다....

 

 

 황골을 지나 입석사 탐방관리소로 향하려니

출입 통제 팻말을 마을이 끝나는 곳 부터 세워 놨다

차에서 내려 살펴보니 몇일 전 녹아내린 눈이 얼어

차가 통행 할수없을 것 같다

할수 없이 차를 음식점 마당에 세우고

산행을 위하여 차에서 내린다....

 

 

 

 

아! 캄캄한 이밤에 나홀로 산행을 해야하나 ....!

다시차에 올라 생각해본다...

신림 성남으로 해서 남대봉을 갈까...!

하지만 가기로 마음 먹은 것,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차에서 내린다

 

자켓 사이로 차갑게 밀려오는 서늘한 바람을 맏으며

나에 앞길을 밝혀주는 작은 렌턴에 의지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힘들다! 그러지 않아도 평상시 입석사 코스는

입석사까지 올라가는 아스팔트길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진을 빼놓는데

오늘은 캄캄한 밤에 나홀로 산행을 하니 더욱 힘들다

 

가파른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

잠시 쉬며 렌턴을 끄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 곳에서 혼자 쉬고 있으려니 쉬는게 아니라

밀려오는 외로움에 더욱 힘들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직까지는 계곡에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나에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며 친구해준다....

 

한치앞도 보이질않는 길을 한참을 걷다보니

들리던 계곡물소리도 점점 작게 들린다....

뒤돌아 보면 보이던 원주시내의 밝은 불빛도

이제는 멀리 작은 불빛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아! 이제 작은 불빛이 보인다......입석사다.....

법당에서 새어나오는 작은 불빛이 왜이리 반가운지.....

더이상 가기싫다....ㅎㅎㅎ

 

입석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이제 본격적인 산행길로 접어든다....

산행 입구를 나의 작은 랜턴으로 비춰본다...

무섭다 그리고 더한것은 너무 외롭다

 

그냥 돌아갈까.....!

몇 번을 마음속에 되뇌어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올라 온것이 아깝다

그리고 돌아가려니 나중에 뭐라고 변명을 하나.....

그래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다......가보자....

 

 

 

자!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 시작이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온 세상에 오로지 나 하나다

조그만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들리는 소리는 나의 거친 숨소리와 발자욱 소리만이

고요한 산속의 정적을 깨트린다

오로지 보이는 것은 작은 내 랜턴이 비추는 한치 앞만이

내가 볼수 있는 세상이다....

 

 

 

가끔씩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가 왠지 스산하다...

몇 일 전 포근한 날씨에 내린 눈이 녹은 것이 다시 얼어

잘 보이진 않지만 산행길이 많이 미끄럽다

 

아이젠은 좀더 올라가 능선에서 차기로 하고

조심조심 비로봉을 향해올라간다

 

 

 

한참을 올라왔다 좀 더 가면 능선이다 ...

능선에 도착하면 랜턴이 없어도 앞을 볼수있을 것 같다....

자! 힘을 내자 조금만 더 가면 날이 밝을 것이다........

 

 

 

잠시 후 향로봉과 비로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

이젠 렌턴을 꺼도 될 것 같다

아이젠을 차고 다시 비로봉을 향한다....

 

이젠 살것 같다,

 포기하고 돌아 같으면 후회 많이 했을 것이다.....

좋다! 내 발밑에 발피는 포근한 눈도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안개속의 눈꽃도...

 

 

 

안개속에 하얀 눈길을 걷는다

갑자기 비로봉이 내눈 앞에 화려한 모습으로 나타나길 바라며

한 걸음 한 걸음 안개 속 하얀 눈길을 걷는다....

 

드디어 헬기장 ....

평소 같으면 사방이 다보여야 할텐데

안개 때문에 오로지 나 혼자다.....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만이 나와 친구 하잔다.....

날이 밝아 앞을 볼수 있어도 외롭긴 마찬가지다....

 

 

 

다시 발걸음을 비로봉으로 향한다....

추워선지 아니면 외로움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선지

나에 발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이제 마지막 계단이다

이계단 만 올라가면 비로봉 정상이다

 

 

 

비로봉 정상.........

수없이 많은 날 비로봉을 올라왔지만

산행 시작부터 비로봉 정상까지 나홀로 였던 것은 처음이다

하물며 비로봉 정상에 홀로 서보기는 처음이다

 

몸을 가눌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분다

배낭에 있는 머플러로 얼굴을 감싼다...

그래도 춥다....

 

 

잠시후 인기척이.......

왜이리 반가운지

오랫동안 헤어졌던 친구를 만난 것 같이 반갑다

 

추워서 바로 구룡사 쪽으로 내려간단다...

미안하지만 사진한 컷 부탁한다.....

비로봉 정상석에서 찰칵!......

 

 

 

서둘러 다시 하산.........

발걸음은 올라올 때보다 많이 가볍다....

 

하얀 설경도 카메라에 담고 눈꽃도 담고

어느덧 입석사 갈림길에 도착...

 

 

 

이제 올라오는 등산객이 한두 명씩 보인다....

모두들 하나같이 몇 시에 올라왔기에 벌써 내려 가냐고 묻는다.....

 

 

 

한참을 내려가니 이제 제법 많은 사람이 올라 온다

내려가는 내가 길옆으로 피해줘야 할 정도다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입석사......

 

 

 

이제야 온몸에 긴장이 풀리는듯하다

물 한잔 먹고 몇 시간 전 올라갈까 말까 갈등했던 산행입구를 돌아본다......ㅎㅎㅎ

 

 

 

지루하게 올라왔던 아스팔트길을 내려간다

올라오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나는 점점 따뜻한 집으로 가까워진다

 

갈등은 했지만 오늘산행은 다른 때와는 달리 뿌듯하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혼자 하는 야간 산행은 하지 않으련다.......zzzz

 

2010년 1월 유난히 춥고 외롭고 어두웠던 어느날

산행을 마치고

 

내 맘 속에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

산행기를 써본다.......

 

2010년 1월 24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