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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photo ghgh 2008. 6. 23. 16:35

 

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2008.6.13 ~ 14)

 

 

일주일전 부터 일기예보에 신경을 쓴다 13일 날 비가 온다고 하여 한껏 신경 쓰고 있는데

하루 전 일기예보는 지리산 날씨가 좋다고 한다 우선은 기분 좋은 출발이 될 것 같다

 

6월13일 드디어 출발일 빠진 것 없나 꼼꼼히 챙기고 밤9시30분  따뚜 주차장을 향해

들뜬 기분으로 발길을 옮긴다......

 

우리가 타고 갈 25인승 버스와 함께할 친구들이 모두 와있다

 

 

 

종철이가 처남 때문에 못 간다고 친구들 배웅을 나왔다 가보기 힘든 산인데

함께하질 못해 아쉽다 천왕봉에서 처남의 쾌유를 빌어 주기로 약속하고

우리는 지리산을 향해 출발(10시)

 

버스안에서 총무의 일정 설명을 듣고 산행을 위해 잠을 자두어야 하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며 창밖에 떠있는 달을 보며 우리의 무사 산행을 빌어본다

 

어느덧 버스는 음성 휴게소에 도착(11시30분)

잠시 휴식 후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를 달린다.....

 

버스가 성능이 안 좋은 것인지 아니면 기사가 규정 속도를 지키는 것인지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여 지리산에서  일출를 보고 싶은 우리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느려도 너무 느리다. 아! 답답......

 

함양 휴게소에서 한번 더 쉰 후 우리가 산행을 시작할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14일 오전3시40분)

모두들 긴장된 마음으로 무사 산행을 다짐하며 등산화 끈을 조여 맨다

오전 3시50분 드디어 산행 시작

벌써 우리 앞에 924명이 지나갔다는 입구에 계수기가 깜빡이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 이지만 서로의 헤드렌턴에 의지하며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등산길로 길게 움직이는 불빛은 색다른 풍경이다

 

법계사까지 2.7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 어둡지만 조심조심 발길을 옮긴다

주위에 풍경을 볼수 없어선지

잠시 우리에 지나온 50년을 생각해보게 한다

먹을 것이 중요했고 배부르면 기분 좋았던 시절

사랑에 빠져 슬퍼하기도 즐거워 했던 시절

가족이란 울타리를 치고 그 속에서 나만의 세상을 꿈꿔왔던 시절

가족 앞 에서는 멋있는 가장이 되고 싶었던 시절

이모든 시절이 지난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떤지.....

 

지금까지 무겁게 지고 온 삶의 무게가 언제 가벼워질지...... ?

오늘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한걸음 걸음 옮기면서

삶의 무게를 희망으로 바꿔 보려한다.....

 

오전 5시20분 이제 주위의 풍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 온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봐야 하는데 포기해야 할 것 같다

헤드렌턴을 끄고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다 보니

어느덧 로타리 산장과 법계사에 도착했다(오전6시)

법계사 입구에서 시원한 약수를 한 모금 마시고 법계사 경내로 들어가 본다

작지만 아담하게 지어진 절은 왠지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법계사를 복원하기 전까지만도 치악산 상원사가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절이었는데

법계사가 복원된후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있는 절은 법계사가 되었다.

 

극락전에서 내려다본 동이튼 산 아래의 모습은 감탄이 절로난다

천왕봉에서 보면 더 좋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법계사를 뒤로하고 천왕봉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조금씩 올라가며 산 아래 펼쳐지는 풍경은 올라갈수록 감탄과 함께

자꾸만 뒤 돌아 보게 한다

 

어느덧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남강 발원지인 천왕샘에 도착했다(오전8시)

시원한 약수 한 모금으로 갈증을 식힐 생각이었는데

소문과는 달리 물이 없다

 

하산하던 사람이 내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물 한 병을 건낸다 정말 고맙다

 

우리가 산에 오는 이유는?.....산사람이 되기 위하여....

 

새벽부터 정상을 향해 가파른 길을 올라 왔다

이제 조금만 가면 천왕봉 정상 인가 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여유를 주지 않는다 바람이 얼마나 세찬지

모자는 날아 갈까 벌써 벗어서 손에 쥐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올라 간다

 

아! 천왕봉 정상(오전8시30분)

모든 산줄기가 발아래 펼쳐진 모습이 장관이다

 

1987년 6월...6월 항쟁으로 거리가 최루탄으로 눈에서 눈물 마를 날이 없을 때

이곳 천왕봉을 왔었다

 

21년 만에 다시 올라와 보니 나이가 들어선지

천왕봉은 변함이 없는데 나에 느낌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것 같다

 

먼저 올라와 밑에서 쉬고 있는 친구들을 불러

다함께 천왕봉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도 찍고

다함께 화이팅!도 외쳐본다 ...동우 산악회 파이팅!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서둘러 천왕봉을 뒤로하고 내려 온다

바람이 조금 덜 부는 곳에서 가오리 무침에 정상주를 한잔하고

아침을 먹을 장터목 산장으로 출발....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다른 나라 어느 곳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로 내세울만하다

 

그런데 우리 회장이 다리에 근육 경련이 오나보다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걱정

 

그런데 잠시 후 언제 그랬냐 하듯이 이제는 괜찮다며 나를 앞질러 간다(혹시 꾀병...?)

하늘로 향하는 문이라는 통천문을 지나

카메라에 정신없이 풍경을 담다보니 어느덧

 

제석봉(1.808m)에 도착(오전10시)

벌목꾼 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생긴 고사목이

이제는 제석봉을 대표 할만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쓸쓸히 세월을 대변하며 서있는 고사목을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니

어느덧 장터목 산장이 눈에 들어온다.(오전 10시20분)

 

장터목 산장에 도착해보니 먼저 온 친구들이 아침 준비를 하고 있다. 감사!

산장 옆에 하늘아래 첫 번째 흡연구역이 있다

담배 피우는 친구들이 제일 좋아한다(특히 영욱이...)

 

친구들이 만든 꽁치 통조림 찌개와 집에서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밥과 반찬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친구들 모두모여 단체사진 찰칵!...

옛날 사람들이 물물 교환도하며 장이 섰다는 장터목 산장을 뒤로 하고

 

연하봉(1.730m)을 지나 세석산장으로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오전 11시30분)

 

언제 다시 볼수있을까 하는 마음에 눈에 보이는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마음에 담으며

촛대봉(1.703m)에 도착(오후1시).

 

우리가 온 길을 뒤 돌아 보니 멀리 구름에 가리워진 천왕봉이 보인다

언제 또 올지 모를 곳이기에 다시 한번 카메라에 담고 세석산장으로 출발.

 

세석평전을 지나 세석산장에 도착하니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등산객들이 와있다

먼져 간 친구들이 있으니 잠시 쉴 틈도 없이 물병에 물만 채우고

거림 으로 발길을 제촉 한다

 

거림 까지는 6 km 멀다,

 

산행을 끝내고 내려와 생각하니 지리산 산행의

아름다운 풍경과 즐거운 산행 끝자락에

세석에서 거림 까지 내려오며

마음에 담아 두었던 아름다운 풍경 이곳에서 모두 반납하고 온 것 같다

 

도대체 흙길은 없고 온통 돌이다 나중엔 돌 때문에 돌 것 같다.......

 

이제 물소리가 들리는 것 보니 많이 내려 온 것 같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 앞에서 몇 장 카메라에 담아보고

다시 발길을 제촉 하여 내려와 보니

거림 매표소가 보인다 아! 다왔다(오후4시)

지금까지 큰 통증 없이 지탱해준 무릎에 감사.......

 

먼저 온 친구들과 합류하여 동동주와 해물전으로

갈증난 목을 축이고 원주로 출발

 

모두들 피곤한가보다 취침....

 

모두들 수고 많았다

힘은 들었지만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무사히 끝냈다는 자부심에

피곤함도 잊게 하는 것 같다.

 

회장님 총무님 그리고 함께한 동우 친구들.

개인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했지만 무사산행을

빌어준 친구들,

모두들 수고많았습니다.

 

아! 이제 졸립다........

산행에 느낌을 잊을까 내려오는 눈꺼풀을 참으며

나에 지리산 산행기를 적어본다

 

자연의 황홀함을 어찌 나에 짧은 문장으로 표현 할까마는

나름대로는 열심히

나에 느낌을 옮겨 봤다.

 

누가 산에 왜 가냐고 물으면,

그 산 정상에 가면 산이 나에게 보여줄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

올라 간다고 대답 하고 싶다.

 

지리산은 나에게 구름 속에 광활하게 펼쳐져있는 산줄기를 보며

멀리 뛸수 있는

희망을 주었는지 모른다.....

 


중산리 매표소 - 망바위 - 로타리 산장 - 법계사 - 천왕샘 - 천왕봉- 제석봉 -

장터목 산장 - 연하봉 - 촛대봉 - 세석평전 - 세석 대피소 - 거림 (총 산행12시간)

 

잊을 수 없는 지리산 산행을 끝낸 후(2008.6.13~14)

 

글,사진; 백 귀현